고등학교 친구 중에 계획 세우는 게 너무 좋다며 시험기간만 되면 즐겁게 공부계획을 짜는 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가 그 계획을 매번 잘 지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 비하면 나는 계획 세우는 게 참 싫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연말, 연초에도 단지 달력만 넘어갈 뿐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날들에 새해계획 같은 게 뭐가 필요하냐며 시큰둥한 연말연시를 보내곤 했다.

그래서일까? 매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연말에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한해 나의 10대 뉴스, 이룬 소원(목표) 등을 적어가기 시작한 게 2~3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어떤 거창한 목표라도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획을 세우며 하고 싶은 목록을 적어나가는 것이 아무 계획 없이 하루하루, 한해 한해를 맞는 것보다 한발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염불만 외면 뭐하는가? 실천으로 옮겨야 결과가 눈에 보일 게 아닌가.

이 책은 이런 나에게 시기적절하게 다가온 책이다.

남자를 찾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감사하는 삶을 살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이다. - 본문 24쪽

본문 두번째 페이지부터 허를 찌르는 말을 던진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야지, 일주일에 3일은 운동을 해야지, 일본어를 공부해야지... 라며 계획을 세웠지만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혹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매번 공허한 외침으로만 끝날 수밖에. 이 부분을 읽은 다음에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이 목표를 세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물론 답을 얻는 것도, 여전히 실천에 옮기는 건 쉽지 않지만 말이다)

2~3페이지의 글이 끝날 때마다 그 글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좀더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온다. 본문과는 다르게 또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중 재미있는 내용 중 하나.

고치고 싶은 자신의 행동에는 분명 숨겨진 욕구가 숨어 있으며, 그 욕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에게 해당하는 것은(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 ‘통제되고 있음을 느끼는 방식으로 걱정을 한다’. 이 행동에 숨겨진 욕구는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싶다’라는 욕구란다. 내내 걱정을 하는 게 쉬고 싶다는 신호라니. 알아주지 못한 마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아는 것과 행동하는 게 다르듯, 결심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과 함께 올 연말, 새해 목표 리스트에 이뤘다는 표시의 동그라미를 여러 개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