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몸을 열다』는 런던대 교수로서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미술사학자 타이먼 스크리치 교수가 18세기 에도 시대의 해부학 그리고 난학 형성을 통해 본 에도의 문화사를 담은 책이다.
18세기 일본, 해부학을 만나다
저자는 신미술사학을 방법론으로 취해 에도 시대 일본인들이 서양 의학이나 외과도구에 놀라워하면서도 에도 문화의 심장부를 열어나간 다양한 경로를 탐색한다. 18세기 일본은 네덜란드와 교역하면서 서구 근대 지식도 받아들이고, 서양학 연구 붐 속에 서양 해부학이 도입되면서, 사형수의 시체가 해부되고 풍부한 시각 자료로 남겨진다.
대상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는 해부학의 감각은 진경 산수에 관한 관심과도 연결되었다. 이에 따라 국토를 구석구석 파악해야 한다는 데로 확장되어 국토 여행이 유행했고, 여행기 출간 붐과 함께 신체에 피가 잘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 도로가 잘 연결되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다.이 밖에도 해부도보, 통속소설, 여행기, 회고록, 동판화, 가부키 극본 등 에도 시대 문헌과 도판들이 장르를 망라해서 등장하는 가운데, 해부학이라는 이름을 빌려 나타난 이방(異邦)과 마주친 에도 사람들의 충격과 혼돈이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에도의 사무라이들이 서양 메스를 쥐었을 때, 에도의 몸뿐 아니라 일본 근대도 열리지 않았냐는 흥미로운 저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서구 도상학의 틀을 빌려 죽음, 식욕, 성욕 등 인간의 기본 욕망뿐 아니라 18세기 일본인들의 국가관, 세계관까지 에도 문화가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