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100만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한 가지 소원만 이루어져도 감지덕지한 상황에서 무려 100만 가지의 소원을 빌 수 있다?

<100만 가지 소원>은 정말로 이러한 상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우연히 유성을 바라보면서 100만 가지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 샘에게 정말로 그 소원이 이루어지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가 바로 브랜던 로브쇼의 <100만 가지 소원>이다.

두툼한 이 책의 분량에 정말로 100만 가지 소원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이들을 이한 책이라고 하지만, 꽤 많은 분량으로 인하여 지난 주말 연휴 기간에 아이들에게 이 책을 여러번 읽어줘야 했다. 도대체 샘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새로 간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학교 폭력을 두려워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인하여 공감이 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샘에게 100만 가지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상적인 내용이 등장하면서 동화적인 요소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소원을 빌 수 있는 인물이 샘이기에 아이들의 시선에서 원하는 것들이 소원으로 등장한다. 맛있는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달라는 것에서부터 자신들을 괴롭히는 친구를 응징하는 소원은 샘 또래의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일 수 있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하여 자신들의 키를 거인처럼 크게하거나, 반대로 개미처럼 작게하는 소원, 영웅으로 변신하여 악당과 대결하는 소원, 자신과 친구의 가족들의 소원을 하나씩 이루어지도록 하는 장면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샘의 소원은 단순히 그가 원하는 소원의 나열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소원의 종류가 처음에는 자신을 위한 소원이지만, 점차 그와 친구의 가족을 위한 소원, 타인을 도와주기 위하여 영웅의 역할을 하는 소원이 등장하면서 소원을 통한 샘의 성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아무런 문제없이 살 수 있도록 소원을 말하는 그의 모습은 철학에서 다룰 법한 것이기도 하다. 즉, 샘의 소원들을 통하여 샘이 정신적으로 성장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샘은 너무나 쉽게 이룬 소원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너무나 단조롭고 재미없게 만드는 것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원하는 팀이 승리하도록 기원하면 그는 이미 그 결과를 알게 되는 것이고, 조금 걸어가도 되는 거리를 순간이동이라는 거창한 소원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문제없이 살아가기 위해 빌었던 소원은 바로 그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기에 모두 사라져버린다는 상황을 통하여 샘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고통과 문제가 수반되어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각은 아이들과 여러번 책을 읽다보니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다. 사실 나와 같이 이 책을 읽은 조카들은 그저 샘이 말하는 소원에 대하여 신기해하면서 그것을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아이를 위한 책이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리라.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샘이 모든 여차저차하여 모두 소진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하나의 소원만을 남겨놓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면 아이들도 역시 샘과 같이 소원에 의하여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는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100만 가지 소원>을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시간을 쪼개어 읽어주면서 그저 아이들을 위하여 읽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른들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원에 의하여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에 대한 허무감과 철학적인 메세지도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 역시 아이들 나름대로 샘과 같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이 책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해서 이 책을 아이들과 좀더 여러번 같이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그것이 아이들의 소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 이 책은 출판사 두레아이들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