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는 무기력한 아빠, 견디다 못해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엄마. 아직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일곱 살 명희가 어두컴컴한 빈 집에 혼자 있습니다. 명희가 끼니를 어떻게 잇는지, 옷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세수는 언제 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어린 명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엄마 냄새가 희미하게 남은 스웨터를 끌어안고, 읽고 또 읽어 이제는 다 외워 버린 그림책을 들여다보며 두려움과 외로움을 잊으려고 애쓰는 일뿐입니다.
눈부신 것들로 덮여 가는 세상 위, 사회적 약자들의 설 곳은 더욱 좁아져 갑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자리는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어린이는 참으로 잊히기 쉬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아동복지법, 어린이헌장. 이 모두가 어린이에게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 생존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배려와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보면 공허할 뿐입니다.
작가는 어두운 집에 혼자 놓인 아이, 명희의 깊은 슬픔과 감추어진 욕망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 갑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만의 언어를 민감하게 읽어 냅니다. 아이의 마음 속 비밀스러운 바람은 때로는 당돌하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잔합니다. 명희가 느끼는 외로움과, 그 간절함이 틔워낸 자기치유의 판타지를 완전한 하나의 세계로 빚어낸 작가의 진심이 감동을 넘어선 메시지를 전합니다. 책장을 찬찬히 넘기며 명희가 보내는 하루를 지켜봅시다. 먼 나라, 다른 동네, 신문이나 TV 속 세상이 아닌, 우리가 사는 바로 이 곳 어디에나 있는 아이 명희가 하는 얘기를 들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