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뤼팽이 쏟아지지만 이 책을 꼭 집어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번역이 충실하다는 점일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적의 화장법』 등으로 인정받은 성귀수씨가 입맛당기게 뤼팽을 재현했다. 1,2권을 포함하여 앞으로 나올 18권의 까치출판사 뤼팽전집은 한 번역자의 일관된 시각으로 작품발표순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다.
「수정마개」의 말미에서 아르센 뤼팽은 작가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까지 그 어떤 사건들도 이번의 이 지독한 모험에서처럼 날 고생시키고, 힘들게 한 경우가 없었다네. 글쎄 뭐랄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번 사건을 나는 ‘수정마개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네.” 이처럼 「수정마개」에 등장하는 뤼팽의 모습은 천신만고의 고난을 연거푸 겪으면서도 끝끝내 특유의 배짱과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20세기 초,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를 엄청난 혼돈으로 몰아간 파나마 운하 스캔들이 모델이 된 이 소설 역시 현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으며, 추리소설적 얼개 또한 보다 집중적이며 집약적인 묘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어떤 난관에 봉착해서도 절대로 운명에 굴하지 않는 뤼팽의 그로테스크한 카리스마를 감상 포인트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