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라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구멍에 빠지듯 책들의 그림자 속으로 빠지는 경험
“가슴이 뻥 뚫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가슴이 뚫리며 무언가를 잃게 되는 것일까? 아니라면, 사랑이란 건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잃어버릴 것도 없는 것일까? 프랑스 작가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함께 읽는 수업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더해지는 것일까, 빠지는 것일까, 얘들아.
이 문학수업은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고,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문학을 가지고 어떤 것들을 하는지, 그게 우리의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문학자로서 독서광으로서 선생으로서, ‘문학’으로 학생들과 삶과 텍스트를 논해온 최은주가 이 책 『책들의 그림자』에서 시도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학수업이다. 단순히 ‘읽기’에 그치지 않는 것, 줄거리를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 것, 누군가를 만나고 감정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 너무나 일상적이었던 사물과 풍경이 문득 이질적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 문학을 읽고 쓰고 이야기해 온 저자가 그의 학생들과, 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게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이 우리가 독서의 풍경에서, 혹은 책들의 그림자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 모른다.
“… 아무리 느낌을 잡아내어 표현하려 하여도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언어는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각을 하지만, 언어의 주변만을 맴도는 생각과 감각을 흘려보낸다. 그것들을 주워 올려 표현해 낸 작가의 글을 통해 독자는 자신이 사용했던 언어를 지나 새로운 언어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아마데우가 성서가 아닌 다른 책들에서도 언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언어가 낯선 모든 언어를 곰곰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버릴 때까지 그의 안에서 무성히 자랐던 것처럼, 독서를 통한 언어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무성하게 자랄 것이다.”(본문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