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것은 너의 배경과 너의 고귀한 피. 그것이 충족되었으니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렇게 아무나 안길 수 있는 품이라면…… 내가 싫어요.”
“나를 싫어해도 좋다고 허락한 적 없다. 오늘 밤, 너를 나의 여자로 만들 것이다. 너의 온몸 마디마디마다 피톨 하나까지도 나의 것이라고 깊이 새겨 넣을 것이다.”
먼 옛날, 붉은 해와 붉은 달이 세상을 어리비치니,
하늘도 땅도 온통 붉은 핏빛이어라.
그 대지위에 열두 폭 붉은 빛의 비단 두른
천상의 여인 발을 디디니,
하늘 사랑 훔친 죄인이어라.
하늘 복숭아 머금은 붉은 입술 여니
숨결마다 생명의 바람이 흐르나니.
하늘을 흐르는 물, 땅에 이는 바람.
차마 내어치지 못한 가여운 이들의 어미.
소맷자락에 숨긴 눈물, 저고리 고름에 묻은 한탄.
뒤엉킨 한과 설움이 하늘과 대지를 덮으니
서글픈 열두 폭 치맛자락 아래
우리 일족, 붉은 사막의 아드님 태어나시었네.
떠도는 자들의 아비.
버려진 이들의 어미.
탄탄한 가슴에 새겨진 넋이여, 설움이여, 아픔이여!
훠이훠이 부시어라!
훠이훠이 나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