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서양의학을 만나다』는 동아시아의 청나라, 조선, 일본, 대만은 이러한 서양 의학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며, 이를 어떻게 발전시켰는가? 를 살피며 그동안 소모적인 “뿌리 논쟁”으로 인해 한국 근대 의료사에서 주목되지 못했던 부분을 재조명하고 세계사적 시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재평가해보고자 하는 책이다.
인류를 대상으로 한 보편 의학이자 진보된 의학으로서 유럽의 근대 의학 - 동아시아인의 관점에서는 서양 근대 의학 - 은 유럽인의 세계 진출 과정에서 재정립된 것이지만, 동시에 그 진출을 더한층 촉진하는 도구이기도 하였다. 유럽과는 전혀 다른 풍토에서 만들어진 질병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유럽인의 활동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할 수 없었다. 유럽인들에게는 새로운 대륙과 도서(島嶼) 안의 사람들보다도 그 안의 질병이 더 적대적이었다.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인들은 언제나 자기 의학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 이 새로운 세계가 유럽 각국의 ‘영토’로 바뀐 뒤에도 해당 지역의 의학은 그 땅에 적합한, 그런 점에서 본국 의학과는 일정 정도 독립적인 확산·발전 경로를 거쳤다. 이렇게 변신한 서양의학인 ‘제국의학(帝國醫學)’은 유럽 열강(列强)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식민지 쟁탈의 동반자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정립하고 발전시켰다.
책은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동아시아로 확장해간 서양의학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며 동아시아의 의학 발전과의 관계를 분석해간다. 제1부에서는 제중원·광제원·대한의원 등으로 이어진 근대 한국의 서양 의술 수용의 역사를 개관하였으며 2부에서는 청나라와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