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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팔다 4
글쓴이
끼노 글,그림/조일아 역
출판사
B&B(비앤비)
출판일
2002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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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미분류)

'시체놀이', '숨쉬기 놀이'가 식상해졌다면, 오늘은 '정치놀이'에 도전해보자. 어렵지 않다. 준비물도 필요 없다. 그저 팔짱 끼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되니까 방 어지럽힌다고 어머니께 꾸중들을 염려도 없다. 놀라운 점은 이토록 획기적인 놀이를 개발해낸 인물이 아직 10살도 채 넘지 않은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폭탄파마형 검은 머리, 짧고 통통한 팔다리, 똘망똘망한 눈. 생김새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 여자 아이의 이름은 마팔다. 소원은 '지구평화'이고 아끼는 물건은 '지구본'이며 가장 자신 있는 놀이는 '정치놀이'란다.

남미 풍자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마팔다』시리즈는 1964년부터 73년까지 아르헨티나 신문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어린이를 등장시켜 당시의 아르헨티나 정치판과 국제정세를 풍자했던 이 만화는 현재 아르헨티나 국민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만화로 꼽힌다. 예닐곱 살 어린 소녀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내뱉는 사회비판의 메시지는 그 누구의 것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국제분쟁 문제로 끙끙 앓는 지구본을 간호하는 어린 소녀 앞에서 어느 어른이 가슴 뜨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만화는 출간 당시부터 미국의 피너츠 시리즈(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와 비교되곤 했는데, 「피너츠」 만화에 '잘 사는 나라의 심약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반면, 『마팔다』에는 '현실 참여적이고 비판적인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두 만화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마팔다는 찰리 브라운들처럼 사랑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빈부격차, 국제분쟁의 문제가 그녀를 한숨 짓게 하는 진짜배기 골칫거리로서, 그녀는 그 고민의 결과로 '아르헨티나가 후진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구본을 보면 지구는 분명히 둥글다. 그렇다면 북반구 사람들의 머리는 위로 향하고, 남반구 사람들의 머리는 아래로 향하게 된다. 머리가 아래로 향해 있으니 머리에 든 지식이 온전히 보존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 나라 발전이 어렵다는 주장. 또한 아르헨티나가 저녁일 때 유럽 쪽은 아침이거나 점심인데, 그렇다면 아르헨티나는 유럽에서 쓰다 남은 시간을 쓰는 셈이다. 이 역시 아르헨티나가 발전하기 힘든 이유라는 주장이다. 전 세계의 고질적인 불평등 문제를 그린,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이 만화에는 '지구본'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냉전, 쿠바 혁명, 베트남 전쟁 등의 정치,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듯 마팔다는 지구본을 볼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또한 60~70년대의 아르헨티나는 '군사 독재' 하에서 숨막히는 압제와 빈곤에 시달렸던 시절이기도 한데, 이러한 어둡고 암울한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통쾌한 웃음을 주었던『마팔다』는 이제 아르헨티나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검지 손가락은 정치인들이 삿대질 할 때나 쓰는 손가락이니까, 죄 없는 사물인 씨앗을 가리킬 때에는 다른 손가락을 쓰겠다는 마팔다. 날카로운 비판 의식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40여년 전의 만화인지라 그 풍자의 대상이 요즘 만화의 그것과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인 세상. 그 세상을 향해 예닐곱 살 꼬마 아이가 퍼붓는 독설은 21세기를 사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후련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 이지영 (jylee721@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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