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손해보험조사원으로 활동했던 작가가 병원에서 목격한 그리 떳떳하지 못하거나 낯 뜨거운 실상을 담고 있다. 물론 소설이라 상상력에 기초했겠지만, 극사실적인 설정과 인과관계는 병원을 또 하나의 현실로 보게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일본 도쿄 북구를 무대로 한 4편의 이야기는 흰 가운 속에 숨겨진 너무나 세속적인 의사들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자와 골프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료사고마저 적당히 처리하는 뛰어난 수완을 갖춘 의사, 빚을 갚으려고 교통사고로 인한 '나일론 환자'를 만들어내는 의사, 폭식과 구토를 동반하는 미모의 여성 환자와 어긋난 사랑에 빠지는 의사. 상황도 여러 가지이고 아주 이해 안 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분을 잊은 자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것.
각각 독립적으로 보이는 4편의 단편은 주의깊게 보면 나름의 연결고리들을 갖고 있다. 그런 부분들까지 챙겨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