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청말민초 혼란기의 국가의 주변부에서 대안적 질서를 모색한 지역하층민의 시도와 좌초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청말민초, 중국 하남지방을 중심으로 폭넓게 출몰한 약탈집단 토비(土匪)와 자치적 방어집단 홍창회(紅槍會), 그리고 지역군사화의 결과물인 군벌의 활동에 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몰락한 지역 하층민의 보편화된 생존수단인 동시에 각 계층 및 국가의 정치·사회·경제·문화의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토비 현상은 당시 사회모순의 정도와 하층민의 대응양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토비의 위협으로부터 지역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자위조직 홍창회라는 단체도 있었다. 홍창회는 국민혁명기 화북지방에서 ‘화북 정국의 균형추’로 불릴 만큼 세력이 컸으며, 독특한 종교적 주술문화 때문에 백련교나 의화단의 후예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군벌세력이 더해져 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이룬다.
이 책에서는 청조의 몰락, 신해혁명, 국공합작 등 중앙 정치세력 위주의 정치사에서 벗어나 하층농민, 유민(流民), 패잔병, 거지, 보부상 등 비주류계층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범죄단체 및 비밀결사에 주목함으로써 공식역사에서 ‘혁명의 주체’ 혹은 ‘동원의 객체’로 대상화되던 기층민중의 삶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