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가 이제는 불가역(irreversible)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에 대해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1987년 민주화 선언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제도화를 통한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쳤고,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도 경험했다. 물론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는 것과 확립된 민주주의에 만족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권위주의에는 싱가포르의 연성권위주의에서 유신체제와 같은 초권위 주의가 있듯이, 민주주의에도 다양한 층위의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주의 체제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민주주의의 ‘품질’(quality)을 통해 설명하려는 이론적 시도가 있다. 정치체제의 범주를 억압성이나 민주성이라는 단순한 준거로 더 억압적인 정치체제 혹은 덜 억압적인정치체제로 구분하거나, 더 민주적인 정치체제 혹은 덜 민주적인 정치체제 등과 같이 구분하는 것보다는 정치체제의 품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정치체제를 구분하려는 시도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즉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품질 높은 민주주의와 제도화는 진전되었지만 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실천이 제도디자인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 품질 낮은 민주주의 등으로 구분하여 각 체제의 특성을 설명하는 방식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