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나는 속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진득하게 마주한 적 없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던 것과, 과연 작품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있는 법. 글이 그림보다 더 많아서,<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란 제목에 살짝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작품을 설명하고,작품의 상징적인 부분에 관한 그림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관한 그림들을 많이 보았다는 생각보다는 글에 부수적으로 그림이 첨가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그림으로 읽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림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없는 나에게 늘 수반되는, 역설적으론 책을 읽으며 늘 행복해지는 것 중에 하나는 경험적 배움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림에 대한 동작 하나, 소품 하나가 약속된 언어라는 것을, 그래서 해골의 등장은 햄릿을 상징하는 물건이고, 한여름밤의 꿈에서 요정들의 원형춤은 전통적 다산의식과 관계가 있다는 등 그림을 바라 보는 이론적 학습을 한 듯했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읽기를 바랐지만, 나는 그림 보는 재미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앞서 들었던 것이다.

고전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늘 콤플렉스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반가웠다. 적어도 어디가서 누군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말할 때, 모르고도 아는 척 하지는 않아도 될 거라는 불순한 생각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오히려 이 책은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제대로 만나 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 왔다.

분명 그림으로 읽기라는 말은 확대 해석해 붙여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고전 읽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이 책이 고전을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그림으로 읽기라는 의미를 나처럼 확대 해석하지 말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