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작가 박태원이 완역한 삼국지. 1950년 박태원의 월북으로 중단되었던 『삼국지』가 무려 58년만에 돌아온 셈이다. 이번에 나온 박태원의 삼국지 완역본은 1959년 북한의 국립문학예술서적출판사에서 번역, 출판하기 시작하여 1964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에서 총 6권 분량으로 완결된 판본을 저본으로 한 것으로 박태원 삼국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근대문학사상 최고의 모더니스트로 손꼽히는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양백화에게서 전수받은 해박한 한문 실력이 더해져 그 완성도도 상당하다.
작가의 이같은 삼국지 번역 경험은 모더니스트였던 박태원이 대하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창작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첨단 모더니즘과 『갑오농민전쟁』의 웅장한 민중적 대하소설이 박태원의 작가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교량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문학으로, 정치적인 오락물로, 재미있는 이야기로, 경영전술과 리더십에 대한 교재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삼국지의 매력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작가 박태원의 작품세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재미도 추가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삼국지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워졌지만, 반 세기 전 삼국지의 현대화를 처음 이루었던 박태원 삼국지가 보여주는 묵직함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