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책과 관계된 것들이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우리 고서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리기만 한다면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우선 사료로서 《조선왕조실록》을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 《승정원일기》가 조금씩 베일을 벗는다. 우리 근대사 연구에 지각 변동을 예고한 바 있는 이 ‘세계기록유산’의 짜임새와 윤곽을 살짝 엿보면서 그 핵심을 짚어본다.
조선시대에 관한 부분에는 이채로운 소재들이 눈에 띈다. 3백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소년 미라가 출생에서 요절하기까지, ‘시신의 입을 열게 하는’ 전문가들의 집요한 추적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5백 년 전의 첨단 온실’은 2001년 가을 ‘우리문화가꾸기회’에서 우연히 입수한 한 권의 고서를 바탕으로 옛 온실의 구석구석을 재현해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 투박하고 엉성하게 지은 것 같지만 흙벽돌, 온돌, 기름 먹인 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생명의 공간’은 완벽함 그 자체다.
또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바다 생물에 대한 집요하고 치밀한 관찰과 애민愛民 정신을, 3백 년 전의 거래 장부 〈용하기〉는 투명한 회계, 곧 신용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낱낱이 알려준다.
이런 우리 고서古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종이로 된 보물창고’에서는 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비롯하여 표지와 면지, 활자와 인쇄, 교정본 등 고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당시의 예술적 역량이 집적된 ‘종합 예술품’이라 할 고서의 세계를 거닐다 보면, 만든 이의 정성과 소장한 이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21세기 첨단 멀티미디어의 시대, 디지털의 시대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우리 정신문화의 나무뿐 아니라 숲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게 된다.
고대사에 관한 내용 중에 단연 손꼽히는 것은 ‘감은사 사리함’과 ‘월정교’다. 느낄 수조차 없이 가벼운 풍탁風鐸에 육안으로 식별하기도 힘든 금알갱이를 붙여간 극미세極微細의 기술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거니와 교각만 남은 월정교 유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당시의 토목 기술 수준과 ‘안전’을 위한 배려 또한 상상을 넘어선다.
합천 옥전 고분군에서 발견된 용봉문 환두대도와 많은 유물을 통해 추적해본 ‘제 7가야’의 실체는 무엇일까. 사비성 목간 31자가 말해주는 사비성의 짜임새와 체계는 어떤 모습일까. 또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어금니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거북바위가 상징하는 견훤의 ‘왕도王都 프로젝트’는 과연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