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을 오락물에서 문학의 자리로 끌어올린
하드보일드 문체의 마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1888~1959)
1930~194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그의 작품은 할리우드의 성장과 함께 대부분이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시나리오 작가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한 [빅 슬립]을 비롯하여 챈들러의 각본이나 영화화된 작품은 ‘필름 누아르’라는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친다.
챈들러에게 있어 단편소설은 자신의 글쓰기에 물꼬를 틀어준 동기이자 장편소설로 가는 밑거름이었다. 단편 「금붕어」, 「붉은 바람」, 「골칫거리가 내 일거리」의 경우, 주인공 이름이 카마디, 존 달마스, 조니 달마스 등으로 다른 이름이었으나 1950년에 단편집으로 모으면서 챈들러는 주인공 이름을 필립 말로로 바꿔서 냈다. 「밀고자」의 경우에도 ‘탐정 사무실’이라고 썼던 것을 ‘필립 말로 사무실’로 바꾸었는데, 이를 통해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필립 말로’라는 연결고리로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로스 맥도널드, 마이클 코넬리, 하라 료 등 수많은 작가들이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평소에도 누누이 “레이먼드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었다”, “지금도 내 글쓰기의 이상은 챈들러와 도스토옙스키를 한 권에 집어넣는 것이다”라고 챈들러에 대한 애정을 밝혀 왔다. 또 폴 오스터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미국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낸 이후 우리에게 미국은 결코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다”라고 극찬했다.
챈들러는 미완의 소설 『푸들 스프링스』를 포함한 장편소설 여덟 편과 단편소설 스물다섯 편, 에세이 일곱 편을 남겼다. 이번 단편선에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펄프 매거진에 기고했던 단편소설 아홉 편이 담겨 있다. 《블랙 마스크》에 기고했던 「밀고자」「네바다 가스」「스페인 혈통」「금붕어」와 《다임 디텍티브》에 기고했던 「붉은 바람」「진주는 애물단지」「골칫거리가 내 일거리」, 그 외 매거진에 실은 「눈 가의 돈다발」과 「기다리는 여자」이다. 오늘날 챈들러를 있게 한 위대한 미스터리 캐릭터 필립 말로와 하드보일드 문체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탐정소설 아홉 편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