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홉스봄이 20세기 역사의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일반 교양인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0년대에 쓰인 서평과 강연, 짧은 논문들로 구성된 이 책은 일견 시의성을 잃어버린 얘기들로 여겨질 수 있으나 현실 공산주의가 몰락한 오늘날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베를린에서 히틀러의 집권을 경험하고, 쿠바 아바나에서 체 게바라에게 통역을 해주며, 소련에서 스탈린의 시체를 직접 목격한 에릭 홉스봄이 '참여 관찰자'로서 전해주는 통찰들은 단지 당시의 '사건'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짚어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산주의자, 아나키스트, 마르크스주의, 군인과 게릴라, 반란자와 혁명 등 '전복의 역사'를 둘러싼 테마들로 구성된 이 책은 서구 좌파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고, '역사'를 둘러싼 서구 '지성'과 '행동'의 스펙트럼 중 의미있는 단면들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제시한다. 또한 공산주의자이면서도 종파주의와 명백한 거리를 두면서 공산당의 오류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한계를 외면하지도 않는 통찰력은 역사학을 미래지향적인 학문으로 만들어 가는 발판임을 보여준다.
또한 각 글의 성격상 일반 독자들에게도 평이하게 읽힐 수 있는 점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구가 걸어왔고, 앞을 보기 위해 뒤돌아 봐야 할 것으로 홉스봄이 무엇을 제시하는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