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채희에게 고정시킨 채로 여배우의 목선을 따라 움직이는 강혁의 입술의 움직임을 보며 그녀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자신의 뒷목에 알 수 없는 감각을 느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채희는 애써 흔들림을 감추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리얼한 연기에 번쩍거리며 사진기의 플래시가 다시 한 번 터졌다. 그리고 연이어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한곳만을 응시한 채 고집스럽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여배우 대역으로 나간 자리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민 채희.
무료하기만 하던 촬영장에서 처음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여자를 만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심장을 거머쥔 사랑 앞에 무릎 꿇는 남자.
그의 이름은 최 강혁.
오랜 시간을 지나 그들이 다시 만난 순간,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