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깊은 혜안을 담아내고, 독자들에게 한번쯤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작품을 그려내는 만화가 박흥용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 아날로그의 첨단을 걷던 모스부호, 그 은밀한 두드림을 그대로 문자화한 제목 아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만화 표현의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작가가 무대로 삼은 1969년 충청도 오지의 땅은 그야말로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혼재돼 있는 격동의 땅이자 세상과 소통하기 직전의 원형으로서의 땅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빽구두’ 할아버지의 둘째 부인, 즉 못 먹고 못 살던 강원도 오지에서 돈 보고 시집 온 그녀는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한(恨)을 가야금과 시나위,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주인공과 함께 하는 ‘모스 신호 놀이’로 풀어놓는다. 소리를 이미지화하고 과거를 미래의 대안으로 삼는 작가의 독특한 구성이 만화의 리얼리티가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가늠케 해주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