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낳기 마련이라 '역사적 평가'란 곧잘 뒤바뀌곤 한다. 여기 당대와는 불화를 겪었으나 지금까지도 유효한 의미를 던져주는 시대정신을 가졌던 한국사 인물 25명의 지난한 삶이 펼쳐져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고 있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려 처형한 프랑스 혁명에 빗대어 곧잘 하곤하는 '한번도 왕의 목을 베어보지 못한 민족'이라는 표현은 오늘날의 한국사회가 온전한 아래로부터의 혁명, 아래로부터의 근대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로 형성되지 못했음을 이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본다면, 우리의 역사에서도 마침내 억압을 뚫고 상식이 되어버린 요구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변방 국가로서 생존의 빌미였던 맹목적 중화 사대주의, 사대부 중심의 신분 질서, 그에 따른 적서 차별, 완고한 가부장적 질서 하의 여성 차별 등은 한때 결코 변할 수 없는 지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이 닫힌 질서의 억압에 대해 “그건 아니요!”라고 소리 높여 외친 문제적 인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시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뜻을 이룰 수 없었지만, 역사를 통해 그 뜻이 마침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며, '역사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