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한론을 근거로 막부 내부의 분열과 권력 암투를 그린 팩션이다. 저자는 냉엄한 시각으로 이 책에 오늘날의 한국과 일본을 투영시켜 놓았다. 주인공인 역관 박명준은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국제 정세에 무지한 조선 관료들의 외교력을 한탄할 만큼 일본의 뚜렷한 실상을 보게 되었다. 1655년 일본에서는 도요토미가 조선 침략을 내부 혼란의 돌파구로 삼았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비슷한 구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열다섯이였던 4대 쇼군 이에쓰나는 정치적 입지가 미약했으나, 배후에는 쇼군의 숙부인 호시나가 있었다. 그는 나이 어린 쇼군의 정치 부재력을 틈타 정권을 잡고 막부의 쇄국정책을 푼 다음, 전쟁의 정당성을 내부에서 완성시킬 계획이었다. 전쟁의 빌미를 만들어줄 적절한 대상으로서 조선통신사을 이용한다. 조선 재침략은 그 자체로 정권을 잡을 기회이자 분열 정국을 통일할 수단으로서 조선통신사를 살인사건에 연루시킴으로써 책임을 묻고 권력을 재편시키려 한다. 이 책은 이전의 한국 팩션들이 그 소재를 한반도 내에 국한시켰던 것에 반해, 그 무대를 일본으로 넓혀 한국 팩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