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의 논쟁을 담고 있는 책. ‘라틴아메리카의 근대가 언제부터였는가’라는 주제를 인류학, 역사학, 지리학, 문학 등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근대가 언제부터인지는 논자들마다도 다 견해가 다르고, 근대가 '언제'였는지를 묻기 보다는, 근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즉, 이 책은 '근대'라는 질문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를 조명한다는 것이 명료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 아님을 보여준다.
책의 저자들은 주로 서구학계에서 만들어진 근대성 담론을 비판하면서, 서구에 의해 타자화되고 대상화되어 온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성찰한다. 근대성이란 목적론(근대를 반드시 이루어야 하며, 역사에는 정해진 방향성이 있다는 견해)과 척도성(근대에 도달한 부분과 미달한 부분을 구분짓는 것)의 함정을 낳기 때문에, 이미 라틴아메리카의 일부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그 자체로 의미를 얻지 못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미성숙한 무엇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결국 근대라는 프리즘으로 사회를 볼때 근대로 여겨지지 않지만 이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사건, 지역 등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저자들이 비판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 해서, 공통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지는 않다. 근대성,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방법은 모두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근대성에 대한 다양한 대안적 해석들을 그 하나 하나가 하나의 전략으로 여겨질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서구에 의해 이식된 역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천들에 유의미한 상상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