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의 이론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다. 인간 존재와 언어, 그리고 성적 상징인 남근을 통해 이루어지는 그의 논의는 그 난해함 때문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라캉은 ‘프랑스의 프로이트’라 불리며 포스트모더니즘 정신분석학의 핵심적 인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남근을 중심적 기표로 삼아 이루어지는 논의는 그를 ‘반페미니스트’로 분류하기에 충분한 구실이 되었다. 그러나 『라캉과 포스트페미니즘』에서 엘리자베스 라이트는 라캉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이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또한 포스트페미니즘의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과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는 포스트페미니즘과 라캉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지점으로 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온다. 라캉이 성 정체성을 규정하는 방식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포스트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을 극복하고 얻어내려 했던 성정체성 문제에 명료한 이론적 지반을 제공한다는 것을 또한 알 수 있다. 저자는 라캉이 이용하는 ‘남근’의 상징적 측면과 ‘언어’의 역할을 도식을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성정체성을 생물학적 기원으로 환원하지 않고 다룰 수 있게 됨으로써 포스트페미니즘이 얻는 이득을 설득력 있게 개진하고 있다.
의론이 분분한 라캉의 이론을 간명하게 정리하여 그것이 지니는 의의를 적절하게 짚어 주는 이 책은 우리에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