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삶 전체를 '아수라'의 현실로 보고, 이로부터 궁극적으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말하는 것이 차현숙씨의 이번 작품의 주된 메시지인 듯하다. 수많은 남녀의 인간들이 '사랑'이라는 고리로 매개되어 저마다 치유하기 어려운 실존의 고뇌들과 싸우는 내면 투쟁의 모습을, 마치 영화의 옴니버스 양식과 핸드 홀더식 촬영 기법을 동원, 경묘하게 추적해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외형으로 되어 있지만, 서사기법의 이와같은 경묘함과 발랄함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장막처럼 드리워진 어둠의 존재 의식, 힌두교적 세계관의 가차없는 조명은 작품의 전체 분이기를 그로테스크한 환각의 흑백 활동사진 같은 영상으로 비춘다. - 한기(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