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 이야기. 그녀가 지중해 문명을 동경하게 된 계기, 그리하여 『로마인 이야기』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계기가 한 편의 영화였다는 고백. 선뜻 믿기 힘들겠지만, 그러나 사실이다. 그녀는 '내 인생에서 그 영화(트로이와 헬렌)와의 만남은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확실히 시오노 나나미와 영화의 관계란 보통 이상이다. 게리 쿠퍼의 죽음을 가족의 죽음처럼 슬퍼했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보고 또 보고, 적어도 열 번 이상은 보았다는 이 열혈 영화 매니아가 영화에 관한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이 책에는 시오노 나나미가 사랑하는 영화사의 주옥 같은 명작들이 매우 다양한 주제 아래 소개되고 있다. 애수어린 고전 영화를 비롯하여 전쟁 영화, 연애 영화 등을 아우르는 그녀의 식견은 전문가의 그것 못지않다. 물론 전문 영화 비평이 아닌지라 철저한 분석, 작품성에 대한 긴 해설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러나『남자들에게』등에서 그녀가 보여 주었던 개성은 그대로라 반갑다. 시오노 나나미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시오노 나나미적인 영화 이야기'니까.
한 편의 영화에 대해 약 6 페이지 정도를 할애하여 그녀만의 특별한 영화 감상 코드를 풀어내고 있으며 특히 전쟁 영화와 연애 영화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다. 전쟁 영화에 드러나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지적하는 시선은『로마인 이야기』를 연상시키고, 연애 영화를 보며 말하는 '남자론'과 '사랑론'은『남자들에게』의 그것이다. 한마디로 시오노 나나미다운 영화평이자 에세이랄까. 그것도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시오노 나나미의 열혈 독자는 물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보호 받고 싶을 때, 옛날이 그리워질 때,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할 때, 나는 영화를 본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독자에게 매력적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