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중반부터 20여 년간 자전거로 조선 전역을 누비며 서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선교사 제이콥 로버트 무스(1864~1928)의 파란 눈에 비친 생생한 시골 풍경이 담겨 있다. 조선 말기에 관한 이방인의 다른 저술들이 중앙정치나 지배문화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무스의 관찰과 묘사의 대상은 대지 위에 발을 붙인 채 힘겨운 삶을 영위하던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산 옆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흰 옷의 백성들, 평평한 돌판 위에 세탁물을 놓고 얼룩 없이 하얗게 될 때까지 방망이로 두들겨대는 아낙네들, 등에 업은 아기 고개가 크게 흔들리는 것도 모른 채 동전 던지기 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소년들과 같은 풍경과, 영어를 하지 못해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부인에게 지각 없는 존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던 지체 높은 양반,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외출해야만 했던 부인들 등 불과 100년 전의 모습이 낯설게 펼쳐진다.
기존 관습들을 ‘야만’으로 묶어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는 식의 오리엔탈리즘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시골 서민들과 특히 질곡의 삶에 갇힌 여성에 대한 무스의 깊은 사랑은 단순히 서구에서 온 이방인의 오리엔탈리즘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삶과 애정이 얕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