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제는 육체적 연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죽음은 인간의 삶과 표리일체를 이루므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끝맺는 방식은 곧바로 그가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보다 폭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죽음과 관계있는 주제에 대해 학제적으로 취급하는 학문이 바로 생사학으로 철학, 의학, 심리학, 민속학, 문화인류학, 종교, 예술 등 인류문화의 모든 면에서 죽음에 접근하려고 시도하는 학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한 분야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학제간 연구가 시작되어 여러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알폰스 데켄은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과학의 승리로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나, 한편으로 중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이 첨단 의료기계에 둘러싸인 채 병원에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되어 죽음이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 더욱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악순환으로 인해 죽음을 마음으로부터 준비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 연구에 관한 안내서로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누구나 한 번쯤 차분하게 죽음이란 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