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온 프랑스 혁명의 여파와 함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혼란했던 18세기 말 영국. 이런 사회적 불안이라는 토양 위에 싹트기 시작한 고딕 문학은 지나치게 뻔한 멜로드라마적 줄거리와 장황하고 공상으로 가득 찬 기괴한 스토리로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구미에서는 이미 상당한 독자를 확보하며 문학장로 연구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 이 책 는 그런 고딕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는 한 젊고 유망한 수도원 원장의 파멸을 큰 축으로 두 쌍의 남녀가 벌이는 사랑 이야기와, 수녀원 지하무덤에서 벌어지는 두 비극이 또다른 축을 이루는 소설. 여기에 '피 흘리는 수녀(Bleeding Nun)'와 물의 왕(Water-King)' 같은 유럽 각 지역의 전설이 곳곳에 첨가되어 소설의 맛을 더한다. 한마디로 비바람 치는 밤에 딱 읽기 좋은 책.
주인공 암브로시오는 수도회를 이끄는 젊은 수도원장이다. 설득력 있는 설교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그는 대중의 우상으로 떠받들리게 되자 곧 자만과 허영에 빠진다. 그 즈음 운명이 쳐놓은 함정은 암브로싱의 진정한 덕을 시험하고, 시험을 이기지 못한 그는 참혹한 고통 속에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1896년 발표 당시 신성모독에, 외설적이고 타락한 소설이라는 이유로 비평가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으나, 독자들에게는 욕정과 죄악, 폭력에 대한 생동감 있는 묘사로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를 안겨주었으며, 바이런, 포우, 플로베르, 호손, 에밀리 브론테, 사드 후작에 이르는 쟁쟁한 작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소설이 1794년 영국의 의회의원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
는 '싸구려 멜로드라마조에, 외설 문학'이라는 외피 안에 18세기 말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 저자는 당시 이성도 분별도 없이 종교를 맹신한 민중과, 이 몽매한 민중을 쥐락펴락하던 교회를 비꼬며 허영과 오만함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나약함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