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끈 흑선의 도래에서 1945년 패전으로 인해 점령군이 도쿄에 진주하기까지의 과정을 300장이 넘는 그림엽서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구화와 국민국가의 형성, 서구 근대의 정착, 식민지 지배와 제국주의로의 이행, 전쟁이라는 근대의 파행적 과정 등의 모습이 의미심장하게 혹은 흥미롭게 담겨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본인들 역시 천황의 적자인 충량한 신민으로, 때로는 구습을 벗어던진 문명인으로, 때로는 식민모국의 자긍심을 지닌 내지인으로, 때로는 백화점과 카페가 즐비한 긴자거리를 활보하는 모던걸 모던보이로, 때로는 식민지 지배를 위한 제국군대의 첨병으로, 때로는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쓴 초라한 피점령국 국민으로 다양한 페르소나로 등장한다. 일본 근대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는데 이보다 흥미로운 자료를 만나보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