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 단어조차 사용되는 일이 드물지만, 예전, '마을'에 모여살던 사람들은 나무를 자기 마을의 푯대이자 이정표로 삼았다. 마을로 들어서다 보면 사람보다 나무가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마치 대문엔 문패가 걸려있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느티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며, 열 아름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느티나무에는 사람을 위압하지 않는 푸근함이 있다. 이 책엔 이런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사진과 사연을 함께 담았다.
사흘 동안을 불탄 후에 새싹이 돋았다는 나무, 전쟁 때엔 핏물을 흘렸다는 나무, 오랜 소송 끝에 교통사고 배상을 받았다는 나무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절과 군청, 마을 어귀 등 서있는 곳이 다르다 보니 사연과 생김새도 다양하다.
낮잠 한 숨 잘 수 있는 느티나무 넓은 그늘이 아쉬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다가 그대로 얼굴에 덮고 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