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在日) 1세, 2세, 3세를 아우르는
살아있는 자이니치의 역사
자이니치 2세이자 한-일 현대사상사의 빼어난 연구자인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학 명예교수의 온 삶을 건 역작이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을 통해 2015년 9월부터 11월에 걸쳐 전 3권으로 출간된 『「在日」の精神史』가 한국에서는 928쪽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은 그 방대한 분량만큼 다루는 내용 역시 방대하다. “역사적인 사실을 자세히 조사하여 선행 연구에 뒤지지 않는 학술서로 만듦과 동시에, 재일조선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는 저자의 집필의도에 부합하게 자이니치의 삶과 역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식민지 시기 생존을 위한 도일(渡日), 갑작스런 해방과 분단,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이라는 세 국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체성의 혼돈으로 이어지는 재일조선인의 총체적 역사를 각종 학술자료와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만나 이루어진 인터뷰, 그리고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녹여 풀어내고 있다. 자이니치 2세로서 지금이 아니면 남길 수 없는 이야기를 모아 담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번역의 책임감수를 맡은 숙명여대 일본학과 박진우 교수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재일조선인 문제와 관련되는 실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군을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때로는 신랄하고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으로 이어진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자이니치’에 대한 이해야말로 동아시아의 새로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며, 『자이니치의 정신사』는 이를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