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성 김우창, 장회익, 최장집, 도정일에게 우리가 서있는 위치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여진 길과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길에 대해 듣는다. 우리 사회의 담론적 지형에 깊은 영향력을 남긴 지식인과 마주 앚아 그의 지적 역정, 핵심적 사상, 그리고 오늘의 삶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기획한 이 대담들은 우리의 현실을 전망하고 그것에 의거해서 좌표설정을 할 수 있는 원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과 발전, 성장 등 자본주의적 가치가 거침없이 확장해가고, 그 지리적 영역 역시 세계적으로 넓어져가는 것에 반해 근대를 이끌어왔던 거대담론들이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이름하에 무장해제당한 오늘의 상황은 우리의 인식 능력에 회의를 불러일으킬 법도 하다. 큰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양상을 조망하고, 그 변화를 추동하는 근본적 힘들을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의 지적 능력이 약화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이번 대담은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적절한, 그리고 지평선 너머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지형도를 제공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장회익의 ‘온생명사상,’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도정일의 ‘시장전체주의,’ 김우창의 ‘심미적 국가’는 이들의 생각이 집약된 중심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넓은 시야로 세계를, 우리 사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조망해 온 지성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들이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떠한 전망과 대안의 지혜를 줄 수 있는지 우리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