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혁신적인 이론과 문체로 빛나는 현대 비평의 핵심 텍스트인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이다. 이 책은 롤랑 바르트가 순례한, 감각적인 일본 문화 지도에 다름 아니다. 저자가 구성해낸 일본은 하나의 텍스트이며, 이 책은 일본 문화라는 텍스트에 대한 일종의 비평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여러 문화 현상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결코 일본 문화에 ‘대한’ 글만은 아니다. 바르트는 자신이 다루는 일본이 어떤 실체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몇몇 특질들을 골라내서 정성스레 만들어낸” 하나의 체계라고 못 박고 있다. 바르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진리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일본 문화 현상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는 일본이라는 텍스트 속을 이리저리 거닐며 유유히 즐기고 있다.
일본의 모든 사물에서 기호학적 표식을 추구하는 하나의 순례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선과 깨달음, 무(無), 하이쿠, 스모 선수, 파친코, 꽃꽂이, 가부키, 분라쿠, 전학련, 젓가락, 미소 된장, 사시미, 스키야키, 덴푸라 등 일본을 상징하는 이 모든 것들이 이루고 있는 일본 문화의 '성(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