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머리 속에, 고만고만한 배들이 들고나는 포구의 어스름은 스산함이나 적막함으로 각인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인 곽재구는 먹빛 바다를 바라보며 술잔을 돌리는 거친 사내들의 왁자함이나 마치 등대처럼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는 여염집을 바라보며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인간의 따뜻함'을 발견해낸다.
두 번째 산문집인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작가는 전국 곳곳의 포구를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채집해놓았다. 구시포, 사계포, 어란포구, 상족포구 등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수많은 포구들과 그곳에서의 삶은 시인 특유의 서정성으로 재구성됐고, 그 글들은 마치 자석과도 같이 우리를 기차역이나 터미널로 끌어댄다. "당신, 오랫동안 별똥이 떨어진 땅을 고대해왔던 당신. 그만 어른이 되어서는 그 길을 언뜻 망실한 느낌도 드는 당신. 내가 처음 시를 쓰고자 했을 때 알지 못할 슬픔으로 가슴 한켠에 안겨왔던 당신"에게 소개해 줄 지세포라는 갯마을은 "1018번 도로를 타고 해금강을 지나 다시 14번 국도를 타고 학동과 구조라 마을을 지나면 닿는 곳"에 있다. '기행산문'의 목적은 여행을 가지 않고도 여행 온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볼 때 어지간한 여행안내서 못지 않은 자세함을 갖춘 이 책은 거의 만점에 가깝다.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심심찮게 발견되는 "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같은 구절들은 시어에 가깝다. 또한 작가가 직접 찍은 25컷의 사진과 함께, 여행을 하며 시인이 떠올리는 고금(古今)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 것도 남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