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도, 명품구두도 나오지 않는,
진짜 현실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
2,30대 미혼 여성들을 위한 '칙릿'이 대세인 요즘. 30대 주부가 등장하는 소설도 그만큼 찾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더 반가운 책이다. 스타벅스도, 마놀로블라닉도 나오지 않는, ‘진짜 현실’을 살아가는 30대 주부 다섯 명의 하루를 그린 소설. 주부들의 불안과 허탈감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작가 레이철 커스크는 첫 소설 『아그네스 구하기』로 휘트브레드 신인소설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세번째 소설 『시골 생활』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여성, 그중에서도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발전시킨 장편소설이다. 우리나라의 분당이나 일산과 비슷한 공간인, 영국의 가상 베드타운 알링턴파크를 배경으로 30대 주부들의 하루를 그린 이 소설은 겉보기에는 안온한 일상을 사는 여성들의 내면에 잠재된 아슬아슬한 불안과 분노를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잘 닦인 길, 무성한 녹음, 아담한 집.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 등교시키고, 집안일하고, 쇼핑하고, 손님 대접하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날, 마을의 다섯 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어머니 역할이 피곤하고 지겨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여전히 신성 모독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작가는 대담하게도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특히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팽배한 문명 안에서 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경제적 안정과 자유로운 여가를 얻었으나, 도덕적 무관심과 인습, 타인의 기대에 따라 타율적인 삶을 살아갈 뿐, 진정한 행복과 성취를 이루지는 못한 현대인들의 삶을 신랄하게 해부하고 있다.
오렌지 상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이 작품은, 작품 속 이야기 하나하나가 21세기 사회에 대한 뛰어난 비평으로도 손색없는 한 편의 단편으로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