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된 지 10년 만에 부활하는 요절한 예술가들의 이야기
평온한 일상과 소소한 웃음 속에서 문득 '이것이 삶의 전부일까'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천재 화가들의 이야기가 삶의 다른 방식을 엿보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요절한 천재라 하면 고흐나 모딜리아니 같은 외국의 화가를 떠올리지만,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은 모두 우리 화가들이다. 멀리는 조선시대의 윤두서부터 가깝게는 아직도 그의 부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류인(柳仁)까지... 모두 어떤식으로도 주변과 시대, 운명과 불화를 겪었고 미친듯이 그림에 몰두함으로써 삶을 유지해 갔던,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이른 죽음을 맞았던 사람들이다. 서문 말미에 결연히 놓인 '저주받은 삶, 그러나 축복받은 화가, 예술만이 그들을 구원하리라'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구성을 피하고, 주제에 따라 화가들을 나누었다한다. 예를 들어 애절한 사랑 끝에 자멸한 이중섭과 손상기를 함께,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다른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나혜석과 최욱경을 함께, 시대와의 불화가 강했던 윤두서와 오윤, 류인을 함께 묶는 식이다. 같은 주제로 묶였으나 이를 어떻게 자기 식으로 표현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마치 그들 곁에서 평생을 같이 했던양 생생한 묘사가 글의 감동을 더한다. 풍부한 작품 도판이나 관련 자료도 반갑지만, 각각을 화가의 삶과 연결해 의미를 읽어내는 속깊은 작품분석이 읽는 맛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