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 '사회과학의 시대'라는 수식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사회변혁을 위해 한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치열한 논쟁들이 벌어졌던, 그리고 논쟁만이 아니라 치열하게 실천하고자 했던 시대에 대한 수식이었다. 바로 그 치열한 논쟁의 한 가운데, 한 권의 책이 있었다. 24세의 대학원생이 가명으로 내놓은, 약칭 '사사방'으로 불리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의 증보판이다. '사회구성체론'은, 사회 전반에 발생하게 마련인 어떤 경향성을 통해 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포착하려는 문제설정이다. 지금은 더 이상 '변혁의 시대'도, '사회과학의 시대'도 아니지만 사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시도는 특정한 시대에만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것이 20년도 더 지나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온 이유이다. 사회가 변화한만큼, 변화한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치열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사회를 양분하는 주요모순을 다수자와 소수자의 대립으로 보고, 이전의 ‘민주/반민주’의 전선이 ‘다수자/소수자’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말한다(여기서 다수자와 소수자는 숫자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확보하고 있는 이권이나 이득의 많고 적음으로 나뉜다). 이런 사회관계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사회계급론이나 ‘민주/반민주’의 구도에서 벗어나 ‘다수자/소수자’ 모순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한 이진경은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과거 사회구성체논쟁에서 자본주의사회 형태에 대해 붙였던 이름들에는 ‘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주변부자본주의’ 등이 있었다. 이진경은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적절하다면 또 다른 종류의 구별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토국가 시기(절대왕정 시기)에 성립되어 포디즘으로 완성된 자본주의를 ‘공간의 경제’로, 포디즘 이후 현재의 자본주의를 ‘흐름의 경제’로 이름 붙이며, 오늘날을 읽을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