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로 〈제2회 문학수첩문학상〉을 받은 김경순의 장편소설 『21』. 작가는 ‘성’을 이야기하면서 ‘도발’을 넘어 센스 있고 유쾌한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이끌어 냄으로써, 이삽십대 여성의 사랑과 연애, 성性 의식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생기 있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정지희는 섹스칼럼니스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와 같은 직업을 갖지고 있지만, 뉴욕이 아닌 서울에서 섹스칼럼니스트로 살아가는 그녀는 남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이야기할 때‘섹스’는 빼고 그냥 칼럼니스트라고 말할 때가 많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환호가 ‘쿨’한 그녀들을 동경하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면,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21』 속 정지희의 방황과 선택은 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주인공과 더불어 수진과 진경, 세 친구는 70년대생을 일컬어 ‘성 아노미 세대’라고 정의한다. 순응적인 성의시을 가진 60년대생과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성의식을 가진 80년대생 사이에서, 마음은 자유롭지만 행동에 있어서는 기존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낀 세대라는 것이다. ‘도발’을 넘어 센스 있고 유쾌한 그녀들의 솔직한 성 담론에 귀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