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렁이나 비이성적 존재는 더 이상 대중과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여온 동력 자체였던 민중들의 앎에 대한 열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민중이 서서히 봉건적 굴레에서 벗어나 역사의 무대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일제 강점기 ‘아래로부터의 지성사’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천재적인 개인과 권력의 시혜를 통해 이뤄져온 ‘지성사’가 아닌, 앎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 민중들의 앎의 역사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무지렁이나 비이성적 존재는 더 이상 대중과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황우석 사태를 역전시킨 「브릭」의 과학도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인터넷 동호회 네티즌들은 앎을 공유한 대중의 참모습이다. 동시에 이들은 새로운 근대를 찾아 만민공동회에 모여든 일제 강점기 민중들, 일제의 압제에 항거하여 만세를 외친 3·1운동의 시민들, 봉건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서회와 야학을 다니며 앎을 습득하려 했던 노동자와 학생들의 새로운 얼굴이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온 앎이 곧 대중의 앎이었으므로 현 시기 앎의 의미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지식경제시대'라는 말이 들려주는 것처럼 '지식'을 돈, 권력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소통과 연대로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더욱 넓고 깊어지는 역사의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지식인들의 독점물이 아닌, 일제 강점기 민중들의 앎, 그리고 그것을 향한 열정, 그 열정이 바꾸어 낸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대중지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