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그리고 과학자는 인류의 적인가? 동지인가?
히틀러 치하를 살았던 근대 과학자들과 그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과학 기술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세계 과학의 중심이었던 독일 과학이 히틀러와 독일 국수주의자들에 의해 안락사와 단종, 인종위생학 등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독가스로 대표되는 독일 화학과 독일식 수학, 인종 위생학의 근간이 된 생물학과 각종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데 저자는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이 모든 일에 동원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주며, 과학이 어떻게 정치나 사회 이념에 따라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책은 오늘날의 과학 또한 나치 시대의 과학 이상으로 전쟁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늘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전쟁 수단으로서의 과학은 나치 시대의 종언 혹은 냉전의 종언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 더 크고 더 위험한 전쟁과 파괴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 정보통신 및 IT 기술 발달의 폐해, 그리고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인권 침해와 저작권 전쟁 등 오늘날의 과학은 과거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종속 상황에 처한 채 얼룩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냉철하고 아픈 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