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간지에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시사 한 적이 있다. 앞으로의 예상까지 적고 있었는데, 곧 다가올 미래의 상거래 또한 이러한 모습을 닮을 것이며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의 모습 또한 이전의 것과는 다르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물론, 식료품과 같은 일상적인 품목에 있어서는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여전히 대량으로 유통되는 할인마트 등에 우위를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상인의 가장 큰 성공력의 비밀은 자본의 우위에 있는 것과도 일치한다고 보겠다. 아무튼 그러한 기사를 접하고 난 뒤에 읽게 된 시장의 역사라는 책은, 현재와 미래가 아닌 이전의 상거래의 역사를 한 눈에 파악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시장의 역사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나라 시장의 모습을 시대별로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고대에서 해방 이후까지의 모습과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상인, 상품, 공간의 모습 그리고 공간으로서의 시장의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 등을 담고 있다. 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장소로서의 개념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 그리고 필요에 의한 요구가 작용하면서 시장은 생겨났다. 그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며 구체적인 기록은 고대국가가 되겠다. 삼국시대에도 고려에도 시장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발달은 조선이다.

중농억상 정책으로 인해 그 발달이 활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선이 안정되고 인구의 증가와 농업생산력의 증가를 가져오면서 점점 더 상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상업은 더더욱 발달하였는데, 현재에도 옛 시절의 상권 발달이 도시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시전상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하였으며, 후기에는 비시전상인들이 주도해 상권을 확대해 나갔다. 개항 후 청국과 일본의 상인들에게도 시장이 개방되었으며 점차 주도권을 일본 상인들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는 국력에서의 우위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중농억상이라는 국가의 초기 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제강점기에는 더욱 심각해졌다. 조선인의 상권은 점점 더 위축되는 반면 일본인의 상권은 대자본을 바탕으로 점점 더 흥해져 일본인의 배를 채우는 곳으로 전락하고 만다.

고대국가에서 해방기까지 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상인에 대한 대우도 달랐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국가의 근본을 농업이라 여겼기에, 국가재정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농민을 중시했다. 상인들의 필요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자본력이 있는 상인들은 높은 관직에 있던 관리들과 친분을 맺기도 하여 그 대우가 달라지기도 했다. 정경유착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던 관행이었던 것이다. 상품 또한 시대에 따라 통용되는 종류가 달랐는데, 이러한 품목만을 보고 따져보아도 생활모습의 변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정도가 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상거래 이외의 시장의 기능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인 시장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가장 좋은 장소였기에 소식을 알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국가적으로 공개적인 처형을 통해 질서를 확고히 하고자 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때로 왕은 몸을 숨기고 저자거리에 나가 백성들의 생활을 엿보기도 했고, 난을 일으키고 하는 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정보를 모으기도 했었다.

서울의 시장을 중심으로 시대별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해당 시기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을 구성하는 각종 상품과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듯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곳곳에 시장의 풍경을 담은 글 또한 다소 지루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 대한 기록을 교양서 수준에서 다룬 책이 거의 없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의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