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욕조』,『사진기』의 작가, 후기 누보로망의 기수로 명성을 떨치며 세계 각국 다양한 언어층의 확고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장 필립 뚜생의 신작 『도망치기』. 프랑스 문단의 ‘미니멀리스트’로 불리며 ‘무감동’의 소설, ‘무뚝뚝한’ 소설을 발표해온 뚜생은 일상의 작은 소재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간결하게 압축시키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그 본질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에 몰두해 왔다.
『도망치기』는 헤어지려고 하는 과정에 있는 두 남녀를 통해 이별로 치닫게 되는 인간 내면의 혼란한 감정의 속살을 드러내보인 작품으로, 2005년 프랑스에서 가장 실험적인 작품에 주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저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별’이라는 대전제 앞에서 사랑의 균열과 소멸, 존재의 욕망과 허무로 갈등하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려는, 혹은 헤어져가는 미완의 과정의 심리적 어려움을 그리고 있는 전작 『사랑하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하나의 이별을 그린 작품으로, 미니멀리즘 미학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