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이번에는 세계의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찾아갔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과 만나 함께 웃고 울었던 특별한 기억을 담은 이번 에세이에는, 에티오피아, 르완다, 인도, 베트남, 보스니아 등 전쟁과 기아선상에서 방치된 아이들의 충격적인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작가 특유의 천진하고 담담한 시선은 어떤 르포기사보다 적나라하게 실상을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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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한 초등학교에 갔을 때 함께 간 TV 방송국 사람이 도화지와 크레용을 아이들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부탁했어요.
"얘들아, 아무거나 좋으니까 동물그림을 그려보렴."
아이들은 처음으로 만져보는 흰 도화지가 신기한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선생님께서 "다 그린 사람, 손들어보세요." 하며 아이들을 자상한 눈길로 바라보셨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도화지를 높이 들고 자기들이 그린 그림을 앞다퉈 보여주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동물을 그린 아이는 단 두명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한 남자애는 도화지 한쪽 끝에 파리를 그렸답니다. 또 한 남자애는 아주 가느다란 두 다리를 지닌 새를 그렸어요. 동물 그림이라고는 그것뿐이었어요. 도대체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지요. 다른 아이들은 물동이나 밥그릇을 그렸더군요.
저는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프리카 아이들이라면 멋진 코끼리나 기린이나 얼룩말을 그릴 거야. 여러분도 아마 그렇게 상상하시겠지요. 하지만 아프리카에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몇몇 보호 구역에서만 동물을 볼 수 있어요. 그런 곳 주위에서 살고 있는 아이라면 동물을 보거나 동물에 대해 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데도 아프리카 동물을 알지 못한답니다. 왜냐고요? 동물원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그림책도 없기 때문이지요(pp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