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저술가 가일스 밀턴의 역작이자 식민지 시대의 역사 연구에 획기적인 장을 마련하였다는 찬사를 받은『향료전쟁』은 16-17세기 중반까지 향료전쟁을 벌였던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6세기 초, 항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향료무역의 패권은 베니스 상인들로부터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넘어갔고, 16세기 말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바톤을 이어받아 향료무역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영국과 네덜란드가 벌였던 육두구 전쟁에 대해 박진감 나는 문체와 치밀한 사료로 전해주고 있다.
원제(『나다니엘의 육두구』)에 나오는 나다니엘 코트호프는 사실 이 책 전체에서 잠깐 동안만 등장한다. 그럼에도 지은이가 나다니엘 코트호프를 높이 칭송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런섬에 고립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인간성과 용기, 그리고 담대함과 충성심을 잃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온갖 역경에도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않은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처럼 영웅과 반영웅, 상인과 노예, 정복자와 원주민, 기독교도와 이교도, 서양과 동양 등 역사 속의 모든 반대항들이 엮어가는 서사시인『향료전쟁』에는 상상을 불허하는 역경과 기막힌 우연, 해도에도 없는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벌어지는 잔인한 행동, 신세계 개척에 대한 눈부신 모험담이 가슴 가득 펼쳐지며 독자로 하여금 뿌듯한 독서 여행의 감동을 안겨준다.
『향료전쟁』은 대부분 실제 일지와 일기, 편지를 토대로 씌어진 것이다. 가일스 밀턴은 휘귀한 동인도제도 모험가들의 편지와 동인도제도에 거주했던 중개상들이 보낸 편지, 방대한 동인도회사의 공식적인 문서 등을 판독하고 해석해 근세시대 모험가들의 활약상을 실제 말하는 어조로 복원했다. 아직까지 제대로 정리된 바 없는 향료전쟁이 전말을 훑는 지은이의 노력과 정열은 마치 판타지 모험담을 읽는 재미와 신화소 가득한 서사극을 읽는 듯한 깊은 감동을 건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