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잘 노는, 즉 한량이라 불리우는 하경이란 남자가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 어떤 여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만큼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고 그런 상황을 즐기며 모든 여자들에게 매너있게 행동하는 바람둥이. 게다가 말도 잘한다. 잘 나가는 건축가이지만 이 남자, 모 그룹의 차남이다. 다 가진 듯 보이지만 개인적인 상처를 가슴에 담고 있다.
그럼 그렇지, 로맨스는 띄엄띄엄 읽어줘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서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현고운님의 필력! 헌책방에서 그분의 다른 책을 또 사게 만들었다.

하경의 바람끼를 잠재우게 되는 깜직한 그녀의 이름은 민주, 대학원생이며 전공을 살려 포토그래퍼 알바를 하고 있다. 유치원 원장인 민주의 어머니가 바로 하경의 고객이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네가 안 만나면 본인이 사귀겠다는 어머니의 협박으로 원치 않는 맞선을 보러 나가게 되고..
이제껏 하경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자가 없었으니, 영 반응이 없는 민주가 그저 신기하고 흥미롭기만 하다. 눈치빠른 민주에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하경의 바람끼 다분한 행동, 민주는 계속 무덤덤한 반응만 보이고. 하경은 도전의식이 생겼는지 더욱 노골적으로 대쉬하지만 점점 깊이 그녀에게 빠져들고, 전혀 넘어갈 것 같지 않던 민주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인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 사랑스럽고 귀엽다.

큰 사건없이 잔잔한 스토리는 마음에 들지만 캐릭터가 식상하다.

(시동생을 넘보는 형수는 독특하지만.)
특히! 첫인상은 별로 매력이 없던 여주인공이, 왜 안경 벗고 화장하고 머리 손질 조금만 해주면 그렇게 예뻐지는건지... 이 식상함을 깨뜨릴 색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