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심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탐미주의자, 당대의 도덕관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일탈주의자, 삶의 모든 부조리마저 유쾌하게 감싸 안았던 낙천주의자…. 이 자유분방한 시인의 모습 뒤에는 끝내 시대와 타협할 수 없었던 고독한 예술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아일랜드와 영국, 두 개의 정체성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고뇌했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그대로 동성을 사랑하기도 했던 오스카 와일드. 의도적으로 폄훼되었던 그의 문학은 엄숙한 도덕주의의 박해에 맞서 예술의 순수성을 지켜내고자 발버둥쳤던 '마지막 데카당스'의 유작(遺作)이나 다름없다.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잔인한 운명을 향해 촌철살인의 유머를 던졌던 이 낭만적인 재담가의 삶을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