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같은 기록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초보의사의 서울대 병원 생존기
인턴의사의 전 과정이 숨김없이 기록된 15권의 수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는 입학하자마자 우리 사회가 의사사회 내지는 병원에 대해 가하는 여러 종류의 비난에 직면하면서, 의사라는 그릇이 과연 어떻게 빚어지는지 알기 위해 인턴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의사고시를 치렀던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인턴시험과 의사고시의 관계, 안과·흉부외과·소아과·마취과·타 병원 파견 등 매달 근무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이뤄지는 업무인수인계와 일과, 적응의 어려움과 업무의 보람, 각과 의사들의 특징, 인턴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제들, 레지던트 시험 준비(틈날 때마다 빈 병실을 돌아다니며 메뚜기 해야 한다) 등을 서술의 기본 골격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목차와 주요 대목을 훑어보면 ‘인턴이라는 존재의 외형적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인턴이라는 의사 수련의 한 과정을 시간 순에 따라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이라는 제도에 물들지 않은, 의사 중에서는 일반인의 시각에 가까운 순수한 눈으로 관찰한 병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초보의사의 이성과 감성으로 감당하기 힘든 불의와 모순, 병원의 시스템적 부조화가 날것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 책의 읽을거리다. 응급실 교통정체가 벌어지는 날, 애매한 환자를 두고 서로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미루는 의사들, 환자를 '지겨워'하는 의사들, 응급환자에게 국가가 치료비의 절반을 부담해주는 응급의료관리료의 모호한 기준 등 병원을 둘러싼 모든 풍경을 초보의사의 눈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