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의 인구폭발 현상은 일제시대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양반이나 상놈 등의 신분제가 무너지자 서울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몰려든다. 여덟 살의 '나'역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에 입성하게 되고,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당신 비위에 안 맞는 일"은 참은 적이 없던 할아버지는 엄마의 '서울사람 다움'에 아무 말도 못하고 '나'를 올려 보낸다(자신들은 '촌무지랭이'로 늙더라도 자식만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서울로 자식들을 올려보내는 것은 아직도 여전한 일이다). 또한 집에서는 좀 멀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학교를 가기 위해 거짓 주소를 외우게 하고, 주인집 아이가 먹는 것은 쳐다보지도 말며 주인집 아이와는 싸우지도 말라는 이야기 등은 마치 오래 전 방영되었던 라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듯하다.
'박완서 문학이 시작된 자리'라는 설명처럼, 이 동화는 그동안 발표되었던 소설로 미루어 짐작되던 작가의 고향 얘기와 30년대 말 서울 풍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난과 궁핍 그리고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그때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것 외에도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덧없이 소멸해버리는 인생과 대비되는 「다이아몬드」, 행복한 쟁이들의 마을에 사는 환쟁이(화가)와 중매쟁이 부부 이야기로, 마지막 한방울의 피를 짜내며 물감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부부를 그린 「쟁이들만 사는 동네」등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