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많은 책이 쏟아지지만 여러 이유로 출간이 기피되는 종류가 있는데, 바로 사진집과 문고판이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이 이중고(이중고)를 안고도 오래 사랑받을 것이 분명한 멋진 책이다. 일차분 10권에 포진한 작가들은 이들만으로 사진사의 굵은 줄기가 완성되는 거장들. 광범위한 대표작 가운데서 가리고 가려 뽑은 55컷과 간결하고도 핵심적인 해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시대상황과 연결하여 일대기 식으로 엮은 작가론이 실려 있다. 각 컷마다 붙은 사진 해설은 형식이나 방법론적이 설명에 매이지 않고 작가의 말과 글을 풍부히 인용 숨은 의미를 드러내 준다.
가브리엘레 바질리코(1944~) 는 사람의 기척이 없는 거리나 건물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예술 사진가. 건물의 기능이 멎고 사람들이 사라진 후를 포착한 그의 사진은 도시에서 인간 활동의 흔적을 벗겨냄으로써 역설적으로 거대도시의 핵심과 그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