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따뜻한 크리스마스 느낌의 책, 웬디 수녀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앞 두권이 미술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종교 쪽에 좀더 무게가 실렸다. 천지창조에서 부활까지 예수님의 일생을 주요한 장면별로 설명하고, 여기에 맞는 그림만을 모았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주로 바티칸 사제회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필사본들로 개중에는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것도 있다.
기독교 중심의 서구사회에서 예수님의 일생은 미술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제였다. 고대부터 르네상스 이후까지 계속 그려졌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시대, 양식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가를 두고 한학기 미술사 강의가 꾸려질 정도이다. 그런데 웬디수녀가 이 책을 위해 고른 그림들은 대부분 르네상스 이전에 양피지나 기도서에 그려진 것들이다. 양식적으로는 낯설고 서툴어 보일 수 있지만, 그림안에 깃든 종교적인 열정과 신념은 그 어느 시대보다 간절한 그림들이다.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염료와 장식을 써서 여러번의 기도를 거쳐 그려진 그림들이다.
그림과 함께 그녀는 예수님의 일생이 갖는 기독교적 의미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1부에서는 그리스도의 탄생에 앞서 있었던 일들, 천지창조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수태고지,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 등을, 2부에서는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 천사에게 예수 탄생의 소식을 전해 들은 세 명의 목자들, 동방 박사의 경배 등 성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3부에서는 인간 세상에 내려온 예수가 겪게 되는 고난과 그가 행한 놀라운 기적과 최후의 만찬, 십자가의 처형 등을, 4부에서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 영원한 삶의 의미에 대해 반추해 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먼저 번역되었던 두 권의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웬디수녀는 종교를 이야기 할때도 평범한 인간이 겪는기쁨과 슬픔, 고통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가 홀로 눈물을 흘리는 그림을 두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마도 지금 베드로를 괴롭히는 것은 예수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그가 흘리는 눈물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으리라 여겨진다. 그것은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총체적인 자아를 포기한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가면을 벗은 지금, 베드로는 자신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